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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는 한국 정치의 실상입니다.
글: 조광동(재미 언론인, 전 시카고 한국일보 편집국장)
기사입력: 2024-12-12 16:18:24
작성자: NNP info@newsandpost.com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저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5월 16일 새벽, 동네 가게 앞에서 낭독되는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 도의와 민족 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키고…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는 혁명 공약을 들으면서 저는 쌍수를 들어 혁명을 지지하고 박정희 장군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한 후, 저는 박정희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후 민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1987년 한국이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회복된 후, 한국인들이 주체사상 좌파 이념에 경도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양식과 문화가 기대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박정희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희는 민주주의 숨통을 질식시킨 유신 정치라는 과오가 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위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박정희가 혁명을 일으키면서 지향했던 것은 경제 발전만이 아니라 민족성 개조도 있었습니다. 박정희는 "우리 민족의 나갈 길"에서 우리 민족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고 민족성 개조를 시도했으나, 자신의 힘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제 발전에만 치중했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박정희의 한계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조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도 물질이 풍요로워지면 필연적으로 정신이 퇴락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일 텐데, 민족의 병폐를 청소하지 못하고 경제 기적을 이룩했으니 한국은 물질주의와 권력 만능 의식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정희가 성취한 가장 위대한 업적은 "한국인은 별수 없다"는 자조(自嘲) 의식과 열패(劣敗) 의식을 혁파하고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철학을 심어준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 박정희는 서구식 민주주의로는 가능치 않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박정희 장군은 5.16을 일으킨 뒤 민정 이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번복했고, 3선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번복했고, 3선으로 끝내겠다고 약속했다가 영구 집권을 가능케 하는 친위 쿠데타 유신을 단행했습니다. 박정희가 자신의 약속을 여러 번 뒤집은 것은 한국 정치의 심층과 국민 의식의 속성을 정치 지도자로서 경험하면서였을 것입니다. 최고 정치 지도자가 되어보니 한국인의 기질과 성격으로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하기가 아직 이르고, 한국 정치 풍토에서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박정희의 이러한 인식 뒤에는 자신이 목숨 걸고 혁명하려고 했던 "한국인은 어쩔 수 없다"는 오래된 병폐를 척결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박정희의 인식 뒤에는 정치를 해보니 한국인들은 역시 어쩔 수 없는 기질과 속성이 있구나, 하는 현실 인식이 숨어 있었습니다. 내가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나라를 위해 권력을 더 유지해서 한국을 바꾸어야겠다는 결기가 있었습니다. 음해와 탐욕에 찌든 선동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유신 독재를 선포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박정희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옳은 것이었으나 방법이 거칠고 폭력적이었습니다.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박정희는 그의 심복이었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되었습니다. 한국인의 기질 가운데 하나가 저항과 모반입니다. 박정희는 수백 년 답습되고 적재된 민족 병폐에 저항하기 위해 혁명을 했으나, 또 다른 저항과 배반에 의해 비운의 생을 마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들으면서 그의 현실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하고 불안했습니다. 무슨 비상계엄을 저렇게 신사적이고 낭만적으로 하는가 하는 우려였습니다. 국회가 결의하면 계엄 선포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토록 허술하게 선포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칼을 뺐으면 전쟁을 하든가, 그럴 준비나 자신이 없으면 칼을 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란이고,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 되는 것이 저항과 혁명의 본질입니다. 5.16이 실패했으면 박정희는 역적이 되었을 것이고, 남북전쟁에서 패배했으면 아브라함 링컨은 역적이 되었을 것이고,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에서 실패했으면 역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박근혜가 촛불 반란을 진압했으면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계엄 선포는 실패했기 때문에 반란자가 될 정도의 거사가 아닙니다. 반란자가 될 정도의 각오와 결기가 있었다면 국회나 방송국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윤석열은 유약하게 칼을 뽑았고, 너무 무력하게 칼을 도로 넣었습니다. 계엄 사태를 놓고 한국의 여론과 언론은 본질에서 빗나가고 있습니다. 감정적이고 극단적이며 선동에 약하고 부화뇌동하는 한국인들의 기질과 속성이 다시 도지고 있습니다. 박근혜를 탄핵으로 몰아넣었던 광풍을 다시 일으키려 합니다. 한국인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이고 저지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계엄이 반란이냐, 윤석열을 탄핵해야 하느냐, 2선으로 후퇴해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탄핵되어도 안 되고, 2선으로 후퇴해도 안 됩니다. 반란이란 말은 터무니없는 왜곡이자 선동입니다. 반란이라고 선동하는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하나를 더 추가시켜주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왜 계엄을 선포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담화 내용은 모두 맞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야당이 해 온 정치 행태를 보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막장 정치였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 범죄를 모면하기 위해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책 한 권입니다. 해방 후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런 협잡꾼과 기만적이고 범죄적인 정치인이 없었습니다. 이재명은 권력 사기꾼, 정치 괴물입니다.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이런 정치 괴물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기본 양식이나 상식을 헌신짝처럼 버린 채 벌거벗고 춤추는 홍위병 국회의원과 개딸적 추종자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우매한 국민들, 그리고 이들에게 영합하고 부추기는 선동 언론입니다. 국민들을 우매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격한 말이지만, 이재명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우아하고 예의 바른 언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언론을 비판한 것도 곤혹스럽지만, 지금의 언론은 8년 전 박근혜 탄핵 당시 이성을 잃고 감정의 굿판을 벌였던 한국 언론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언론이 정신 차리고 깨어나야 합니다. 국민 수준과 기질이 그러니 이재명 같은 괴물 정치인이 대한민국을 온통 만신창이로 만들었습니다. 정치는 국민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박정희가 한강 다리를 넘은 것은 4.19 학생 혁명 이후 자유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온 나라가 데모의 도가니 속에 들끓는 것을 시정하고 국가를 도약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5.16 혁명의 명분은 정당했고 성공했습니다. 유신을 선포한 것은 지나친 것이었고 과오였으며 오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의도적인 과오였고 필요한 오점이었습니다. 국민 기질과 속성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를 한 명분은 정당했으나 방법이 미숙했고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계엄 선포를 해야 했던 당위성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지금 한국 국민들과 언론은 왜 계엄이 필요했는지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범죄자들만도 못한 쓰레기 정치인들이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세계 속에 우뚝 서고 있는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죄는 계엄을 실패한 것입니다. 실패한 것에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 대가는 탄핵이나 사퇴가 아닙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수렁으로 빠진 오늘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입니다. 나라를 바꾸려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계엄을 선포할 때 가졌던 결기를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는 없지만 악취가 진동하는 한국 정치판을 개혁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날개를 잃었지만 온몸으로 난장판이 된 한국 정치와 싸워야 합니다. 싸우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죽더라도 싸워야 합니다. 싸우면 길이 생길 것입니다. 지금은 가치와 문화 전쟁 상황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의 결기를 생각해야 합니다. (2024년 12월 8일) |

▲조광동(재미 언론인, 전 시카고 한국일보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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