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래 교수의 헌법 이야기
고문 VS인권, 자유, 안전,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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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09 07:30:25
작성자: NNP info@newsandpost.com
미국 상원은 테러리스트에게 행한 고문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 발표하였습니다. 국가의 위신을 깎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고, 중요한 정보수집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반면 인류의 가치,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번 발표는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제시대 독립인사들에 대한 고, 유신정권과 군사독재 정권하에서의 고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의없이 고문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에 대해 성토하고,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간첩이나,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 혹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는 자들에게는 고문을 가해서라도 정의를 실현하고, 안정을 추구하고,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 결국 고문이라는 것은 내가 선이고 상대방이 악일때, 내가 하는 고문은 필요악인 것이고, 상대방이 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범죄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었이 선인고 악인가 하는 것에 대한 논쟁은 별도로 치더라도). 어쨌든 미국을 비롯한 현대 거의 모든 국가는 고문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반인륜적 행동으로 여겨 국제조약까지 맺어 놓은 상태입니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8조와 각종 법안에 의해 고문은 분명 금지되어 있습니다. 천부적인 인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수정헌법은 1조에서 7조까지, 포현의 자유부터, 총기소유의 자유, 그리고 신체구속은 반드시 법정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켜진 후에, 가혹한 형벌을 내리거나 린다면, 인권을 향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수정헌법 8조에서는 이런 가혹한 형벌을 내리지 못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수정헌법 8조의 조항을 보면, 가혹하고 일반적이지 않는 형벌을 줄 수 없음은 물론, 벌금도 지나치지 않아야 하고, 보석금 책정도 적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1998년 Bajakajian 이란 사람이 $350,000 을 가지고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만불 이상 현금을 보유하고 출국 할 때 보고해야 하는 사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당국은 벌금으로 $350,000 전액을 몰수했는데, 통상 벌금은 $5,000 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되었다고 판결을 했습니다. 벌금이 너무 과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정헌법 8조의 정신에 기대어,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19세기 말부터 고문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률적으로도 논쟁의 대상이고, 또 사회적으로도 논쟁 거리입니다. 어느 정도가 가혹한 형벌인지에 대한 판단은 당대의 사회 관념과 문화, 정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테러리스트에게 고문을 가해서라도 다음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고문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현재 분명히 있습니다. 세계가 고문이라고 인정한 waterboarding을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감정적 대응을 하곤 합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금수같은 자에게 무슨 재판이냐, 당장 죽여없애야 한다고 감정적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으로 사람이 사람을 처벌한다면, 이 사회의 질서는 유지 될 수 없을 뿐 더러, 누군가에 의한 법적 절차의 남용을 허용하는 문을 열어 놓는 셈이 될 것입니다. 수정헌법 4조에서 8조까지는 이런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법에 따라 죄를 밝혀내고 처벌까지 하는 절차를 규정했고, 그로 인해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인권이 유린되는 경우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한 테러리스트나 천인공로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만 처벌해야, 모든 사람의 인권이 지켜진다는 것이, 이 보고서 발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이론적으로 이성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이 “고상한” 원칙 지키다가 결정적 정보를 얻을 기회를 잃어 또다시 911 같은 것이 일어난다면 누가 책임질거냐 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보고서 발표 반대자의 의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서 계십니까? 어느 쪽에 계시던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수정헌법에 원칙적인 점만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고 사회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면서, 후손들이 그 원칙을, 현실에 잘 적용하고 발전시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 후에 아마도 미국은 한 걸음 더 민주주의로 나갈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이 수많은 모순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제도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박형래 약력
필자는 고려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퍼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후 현재 텍사스 주 엘파소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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