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의 '평화적 공존론'을 동시에 정면 반박하는 종합 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최근 남북한 모두가 통일을 포기하려는 정책을 거론하는 것을 "위험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헌법에서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분단을 영구화하겠다는 선언이며, 이재명 정부에서 제기하는 '현실적 두 국가 평화 공존론'은 통일 비용과 충격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평화적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 두 입장이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결론, 즉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현 체제를 안정적 균형으로 전제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불투명한 승계 구조로 운영되는 전체주의 독재 체제는 안정적인 장기 균형이 될 수 없다"며 "계획없이 변화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뿐"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날카로운 분석은 지난 30년간의 대북 핵 협상이 실패했다고 지적한 점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부터 6자회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합의가 이루어졌다가 깨지고, 협상이 재개되었다가 결렬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 능력은 가속화됐다.
보고서는 그 이유를 구조적 오류에서 찾고 있는데, "비핵화 협상이 반복해서 실패한 이유는, 핵문제를 그 무기를 보유한 정권의 본질과 분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권의 정치 구조와 핵무기는 분리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통일에 대한 회의론을 낳는 '통일 불가론'의 5가지 신화(Myth)에 대해 일일이 반박했다.
- "통일을 추진하면 전쟁이 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 체제 자체가 이미 불안정"하며 "계획없는 현상 유지가 더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 "중국이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중국의 이익을 고려한 정밀 외교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 "통일비용이 감당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한국의 10조 달러 민간 자산"에 더해 통일이 된다면 "세계 자본시장을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 "통일 한국은 미국과 멀어진다"는 주장에는 "국제 지원으로 달성한 통일"이 되기 때문에 "통일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 "북한 주민은 자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주장에는 "탈북자 경험과 역사가 이를 반증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 중 하나는 경제 분석이다. 북한 경제 권위자인 에버스타트 AEI 교수는 북한의 빈곤이 고유한 경제적 무능력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는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인이다. 다만 그들의 재능과 기업가 정신이 억압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잠재력은 ROK(한국)의 경제 도약 이전 남한 사람들의 잠재력이 저평가됐던 것처럼 지금도 광범위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잠재적 노동력, 풍부한 천연자원, 지리적 요충지로서의 위치를 결합하면, 통일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업 분야에서 미국 및 동맹국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 문제가 중심으로 다뤄지는 동안 인권 문제가 부차적으로 취급돼온 현실을 비판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 스카를라토이우는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부수적 현상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핵심 기둥임을 강조했다.
탈북 특수부대 출신 이현승도 북한 내부 정보 유입 확대, 탈북자들의 목소리 지원, 반인도 범죄 기록 강화가 단순한 인도적 활동이 아니라 정권의 정보 독점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수단임을 역설했다.
보고서는 미국 및 동맹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다음 7가지 행동 과제를 제시했다:
- 미·한 정책 문서에 '자유통일한국'을 공식 전략 목표로 명시 (일본 포함 3국 공동)
- 인권 의제를 핵 협상과 대등한 수준의 안보 전략으로 통합
- WMD 안전 확보·인도주의 대응·경제 통합을 위한 미·한 공동 전환기 계획 기구 설립
- 한국 주도 시민사회 통일 준비 네트워크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
- 통일 관련 경제 모델링·전략 분석을 통한 공공외교로 신화 해소
- 중국 및 역내 이해당사국과의 외교 채널 유지로 전환 시나리오 관리
- 통일 한국의 투자·재건을 위한 국제 금융 아키텍처 사전 설계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분단이 안정적 현상 유지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고, 통일만이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핵이 없는 통일 한국은 한반도에서 세계 최위험 핵 분쟁 지점 중 하나를 제거하고, 인도-태평양 전략 구조를 강화하며, 한국인의 70년 열망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보고서는 결론짓는다.
이번 보고서에는 로버트 조셉 전 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차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학 석좌교수,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소장, 그렉 크라를라토이우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 이현승 북한청년지도자회의 창립자, 제임스 플린 글로벌피스재단(GPF) 국제 의장, 마이클 마샬 전 UPI 편집국장 등이 참여했다.
홍성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