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컬럼
미국


한인디아스포라와 차세대의 정체성

입력: 2024-03-20 16:15:56 NNP info@newsandpost.com

▲권영일 주필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언론인으로서 좋은 점이 있다면,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후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났다.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화제의 인물들을 집적 만나 연설이나 속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기자들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미국에 와서도 나름대로 성공스토리를 쓴 인사들과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고 배우는 기회가 가끔씩 주어진다.
여기에는 미주한인사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미셸 박 스틸과 영 김 연방하원의원이나 김 용 전 세계은행(IBRD) 총재 등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15일(금) 이민자 영웅상을 수상한 성 김 전 주한대사가 한미우호협회 이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근 성 김 전 주한대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가 주최한 ‘2024년 이민자 영웅상’을 수상하기 위해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시상식에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다행스럽게 이튿날 미주 동남부한인회 연합회 회장단 연수회에서 잠시 조우할 수 있었다.
김 전 대사의 한국어 연설은 유창했다. 아마도 공식석상에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는 공직자 시절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미국대사로서 본분을 잊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사는 전날 수상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고달픈 이민생활을 이겨냈다.
그는 “1973년 미국에 왔을 당시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으나, 절치부심 노력한 결과 3개국(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직을 역임했다고 자부했다.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한인학생들에게 멘토가 되는 연설이다.

▲16일(토) 성 김 전 주한대사가 둘루스 소재 한식당에서 차세대들과 만남을 갖고 멘토링하고 있다.
마침 올해 시상식에서 ‘평생업적상’을 수상한 장태환 교수와 함께 한 모임에서 Q &A 시간을 마련하고, 차세대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주었다고 하는 후문이다. 바람직하다.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한 모임에서 많은 미주한인 2세와 3세들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주류사회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견고한 탓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계 미국인들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인 젊은 세대가 진로 결정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고, 일부는 이른바 ‘멘붕’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게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도 지연, 학연, 혈연에 사회생활이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자주 실감한다. 그렇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미주한인사회는 120년이 넘는 세월을 이런 역경과 싸우며 성장해 왔다. 그 덕분에 지금은 주류사회에 어느 정도 인지도를 높였다, 한류 열풍 덕분에 선호도도 많이 올라갔다.
그럼에도 주류사회와 동행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시련은 앞으로 2세와 3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유태인들처럼 당당하게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주한인들도 미국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후세들이 살아갈 방향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트랜스미션이나 바퀴는 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필수 부품이다. 다시 말해 한인사회가 돕지 않으면 미국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인 이민 역사는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사회는 이를 위해 더욱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 멀리 내다보고 한인디아스포라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오로지 이민 1세대가 담당해야 할 마지막 몫이다. 눈앞의 이익에 더 이상 에너지를 소모할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차세대들에게 성공한 미주한인들의 스토리를 직접 듣고, 느끼게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멘토를 본받아 꿈을 키워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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