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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K-취업비자, PAC이 해결책이다.

입력: 2024-04-10 11:44:46 NNP info@newsandpost.com


미주한인사회에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이하 K-취업비자)가 최근 화두로 등장했다. 10년 넘게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슈다.
한인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움직임이 나타나더니 한국정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미주한인경제인들은 '한미경제포럼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K-취업비자'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이경철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K- 취업비자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앞서 뉴욕상공인들도 K-취업비자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정부도 이에 가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연방하원 ‘코리아스터디그룹’(CSGK)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 법안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CSGK는 의회에서 한국 관련연구를 진행하는 초당적 모임으로, 영 김(공화)
연방하원의원 등 80명이 참가하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대기업들의 현지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닌 게 아니라 K-취업비자 신설 등을 담은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은 발의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지난해 4월 하원(H.R.2827)과 상원(S.1301)에 각각 발의됐지만, 이후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전문 교육을 받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여기서 전문기술은 주로 IT, 엔지니어링, 수학, 물리학, 의학 등 전문 분야의 학사 학위 이상 소지함을 말한다.
이 법안은 애초 지난 2012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해결됐어야 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K-취업비자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호주 등 FTA를 체결한 국가에게는 E-4 특별비자를 허용했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경제 측면에서도 배터리, 반도체 등의 투자를 확대했지만, 정작 기업들이 현지에서 고용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비자 동맹’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주한인사회에서는 지금이야 말로 K-취업비자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직 취업(H-1B) 비자 획득 확률은 점점 희박해지는 데, 한국기업들의 미국내 투자가 급속도로 늘어 한인 인력 수요는 많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목소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컨센서스와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조직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월드옥타와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등은 전략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정부와 미국진출 한국대기업, 그리고 미주한인상공인들이 삼각 편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경철 회장은 이와 관련, “미주한인들은 한국정부와 기업보다 워싱턴정치인들을
만나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이를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한국정치인은 연방상원의원의 보좌관조차 만나기 쉽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는 고위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미주한인들은 보다 손쉽게 지역 연방의원들을 접촉할 수 있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역학관계를 이용하면 K-취업비자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황선영 한미경제포럼위원장은 내년말쯤 법안통과를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지만, 로비를 펼칠 시간이 그렇게 충분한 것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K-비자 쿼터 확보는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기업들은 필요하다면 로비스트를 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K-비자법안 해결을 위해 120명 정도의 연방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적은 인원이 아니다. 이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려움을 타개할 묘수로 정치행동위원회(Political Acting Committee·PAC)를 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PAC은 특정 정치인이나 법안 등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를 일컫는다.
연방선거법에는 한 단체가 1천 달러 이상을 모금하거나 활동자금으로 사용하면 연방 선거위원회(FEC)에 등록하고 PAC이 될 수 있다. 개인에 비해 더 많은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데다가 단체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정치인들은 PAC의 후원을 개인의 후원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또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을 개별 섭외하는 로비스트 활동과 달리, PAC은 운영의 묘를 살리면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선 미주한인 경제인들은 지역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대인방어식 전략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어 정치인들을 지역 한인 상공인단체에서 함께 만나 매칭펀드식으로 정치후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동원해 보자.
변호사를 고용해 로비를 벌이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한꺼번에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직 미주한인만이 할 수 있다. 워싱턴정가와 한국정부로부터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미주한인상공인들이 결집하는 효과도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미주한인들의 적극적 현실정치참여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권영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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