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가족, 마이애미 도착…룰라의 경고가 화근
아버지의 장기형 이어 아들도 수사 압박…‘법 집행이냐 정치적 박해냐’ 논란 확산

|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28일(수)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대선 토론회에서 그의 면책특권 상실과 수사 진전을 예고한 데 이어, 선거 직후 대법원이 여권 제출을 명령하면서 정치적 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 국내 정치 갈등이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확보한 영상에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 가족이 마이애미 오파로카 공항에서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에 도착한 인물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인 플라비우 의원이다. 아버지 자이르는 브라질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형을 집행받고 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앞서 27일 플라비우와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미국행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행 직접 계기는 여권 압수 명령…룰라, 토론회서 상대 후보에게 수사 경고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대법원의 사법 조치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선거 이전부터 불거진 사법적 위협 논란이 있다. 룰라는 지난 18일 Band 방송 주최 토론회에서 플라비우를 향해 “준비하라”며 면책특권을 잃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와 관련된 여러 수사가 앞으로 진행될 것이며, 주변 인사들이 지금까지 수사를 막았다면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Band가 해당 발언을 직접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이 경쟁 후보에게 선거 이후의 수사 진전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책 공방을 넘어선 발언이다.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권력의 정치적 보복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유당 소속 산데르송 하원의원은 23일 법무장관 소환을 요구했다. 대통령이 수사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 대통령실과 법무부·연방경찰 사이에 관련 협의가 있었는지 설명하라는 취지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플라비우 측근들은 룰라의 토론회 발언을 정치적 박해 우려와 출국 배경을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플라비우 역시 주변 인사들에게 체포 가능성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룰라가 거론한 시점은 실제 의원직 종료 시점과 다르다. CNN은 플라비우가 선출직을 잃는 시점이 2027년 2월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패배 당일 곧바로 상원의원 신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브라질 대법원이 26일 그에게 24시간 이내에 여권을 제출하도록 명령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법원 명령은 자금세탁 의혹 수사와 관련된 조치로, 법원은 해외 도피 가능성과 상당한 재력을 근거로 제시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당시 출국할 생각이 없다며 여권을 제출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법원 명령을 자신을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가족과 함께 브라질을 떠났다. 아르헨티나 이민당국에 따르면, 가족은 27일 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연결하는 국경을 통과했다. 이후 전용기를 이용해 에콰도르 과야킬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이들이 유효한 여행서류를 소지했으며 자국 입국을 막는 법적 제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수감 배경에도 룰라와의 권력 충돌 플라비우의 두려움은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처지와도 맞물려 있다. 자이르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가 승리한 결과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선거 결과를 뒤집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브라질 대법원은 2025년 9월 그에게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을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둘째 아들 역시 미국에 체류하면서 브라질에서 벌어진 심각한 부정선거 문제를 폭로하고 구명운동을 전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이르 구속 사건을 정치적 박해의 관점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미 재무부는 2025년 7월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하면서 자의적인 구금과 표현의 자유 억압,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포함한 야권 정치인 표적화를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백악관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2022년 대선 관련 기소를 부당한 정치적 박해로 규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월) 기자들에게 “나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조작된 선거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개표 방식과 투표시간 연장도 문제 삼았다. 선거가 진행된 모습이 좋지 않았다며, 투표시간 연장이 매우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의 장기형에 이어 아들까지 선거 직후 수사 압박을 받게 되면서, 보우소나루 진영에서는 가문 전체를 겨냥한 정치적 배제라는 인식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룰라는 플라비우가 브라질에 남아 자신의 결백을 입증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측은 현직 대통령이 이미 공개석상에서 수사 진전을 경고한 상황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기대할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룰라 재선에도 보수 진영 건재…향후 승부는 의회로 브라질 대선은 25일 결선투표에서 룰라의 승리로 끝났다. 브라질 하원 공식 보도에 따르면 룰라는 51.79%, 플라비우는 48.21%를 얻었다. 표 차이는 440만 표 이상이다. 부정선거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블라비오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대선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란은 남아 있다. 영국의 국제정치·외교 전문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연장시간에 이뤄진 투표 규모가 당선자를 바꿀 수준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보루소나루가 속한 자유당도 공식 개표 결과를 받아들였다. 다만, 선거 직전 정부 지출 확대 등 선거 과정에서 룰라의 권력 남용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자유당은 성명에서 하원의원 121명, 상원의원 29명, 주지사 6명이라는 성과를 강조했다. 이를 보면 당 지도부는 대선 결과 부정에 집중하기보다 강력한 의회 야당으로 활동하는 방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악의적 소송이라는 이유로 2290만 헤알의 벌금을 부과받았던 기억도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룰라의 승리가 보수 진영의 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채텀하우스는 보수 세력이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룰라의 경제·재정 개혁이 의회의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보수 야권의 과제는 해외에 머무는 플라비우를 중심으로 결집할지, 국내 지도체제를 재편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플라비우의 미국 체류는 국제적 발언권을 높일 수 있지만, 국내 의회와 지역 조직을 직접 이끄는 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다음 조치가 외교적 파장 결정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허용은 보우소나루 가족에 대한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현재 확인된 발표는 비자와 입국에 관한 것으로, 정식 망명 승인이나 브라질 대선 결과의 불인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추가 압박에 나설 경우 룰라 정부와의 갈등은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워싱턴에는 브라질과의 경제·전략적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채텀하우스는 중국이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인 가운데 미국과 브라질도 핵심광물 협력 등을 포함한 무역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미국이 브라질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브라질이 아닌 미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하고, 룰라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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