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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지 않는 동상들
기사입력: 2026-10-05 08:50:20
작성자: NNP info@newsandpost.com

| ▲권영일 뉴스앤포스트 주필 |
| 애틀랜타의 이승만, 대구의 박정희 지난 10월 1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미주 한인과 미국 측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맥아더장군재단의 조셉 레인스(Joseph Reynes Jr.) 회장도 직접 애틀랜타를 찾아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6·25전쟁의 참상과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70여 년간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온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겼다. 특히 1950년 6월 29일 수원에서 이뤄진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만남에 주목했다. 맥아더는 전쟁 발발 나흘 만에 위험을 무릅쓰고 수원을 찾아 이 대통령을 만났다. 짧은 회동이었다. 그러나 미군 참전과 인천상륙작전으로 이어지며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3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단순한 제막식을 넘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수호하는 과정에서 이승만과 맥아더가 남긴 역사적 의미를 함께 되새겼기 때문일 것이다. 기단 위에 서지 못한 동상 씁쓸한 그림자도 드리웠다. 동상은 당초 계획했던 기단 위에 세워지지 못하고 단상 앞 임시 거치대에 세워진 것이다. 귀넷 카운티 법원의 임시 명령 때문이었다. 결국 동상은 행사 당일 오후 2시부터 딱 4시간만 공개된 뒤 다시 하얀 천으로 덮였다. 일부 언론은 10월 12일까지 동상을 완전히 철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법원 결정문을 확인해 보면 사실과 다르다. 법원이 요구한 것은 동상을 정식 설치하지 말고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하라는 것이었다. 영구 설치를 금지한 것도, 기념사업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다. 현재 단계에서 설치 절차와 장소를 제한한 것이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가장 큰 원인은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내부 갈등이다. 제37대 한인회 측과 박은석 한인회 측의 주도권 다툼이 법정으로 번졌다. 그 과정에서 법원은 한인회관 내 신규 조형물 설치를 금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한인회와 동상건립위원회의 대응도 아쉬움을 남겼다. 설치 금지 결정은 이미 지난 8월 14일 내려졌으나 한인회가 긴급 신청을 낸 것은 한 달이 지난 뒤였다. 건립위 역시 행정과 법적 절차를 한인회에 전적으로 맡기는 완착을 두었다. 반대 세력이 법적·행정적 허점을 파고들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인회와 건립위가 쏟은 시간과 노력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기립박수를 보내도 모자란다. 다만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다. 역사적 기념사업일수록 명분과 함께 법적·행정적 준비도 빈틈없이 갖춰야 마땅하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한인회관 설치가 만에 하나 불허되더라도 대안은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이승만 기념관이다. 여기에 두 영웅의 동상이 세워진다면 한인회관 못지않은 상징성을 지니게 된다. 위기는 때로 새로운 기회가 된다. 대구에서 날아온 반가운 판결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 대구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법원 판결이 전해졌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는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 및 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박정희 대통령 동상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다. 토지 소유권은 국가철도공단에 있어도 동대구역 광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해 온 주체는 대구시라는 점을 인정했다. 대구시가 광장의 시설물을 오랜 기간 관리·운영해 온 만큼 동상을 설치하고 관리할 권한 역시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다. 형평성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구시가 그동안 광장에 여러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유독 박정희 동상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무엇보다 “사회적·정치적 논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동상만 대구시의 정당한 관리권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며 정치적 논쟁과 법적 판단을 분리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다. 동상을 세우고 관리할 법적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였다. 2024년 12월 대구시는 6억 원을 들여 높이 3m의 동상을 세웠다. 이후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철거 소송으로 번졌다. 법원이 정치적 찬반이 아니라 법률과 권한, 절차와 증거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당연하다.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1심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공공시설물의 설치 권한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애틀랜타와 대구가 만난다. 두 사건 모두 논쟁적인 인물의 동상을 둘러싼 갈등이고, 찬반 대립 끝에 법원이 개입했다. 결국 역사적 기념사업에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역사에 대한 확신과 법·절차에 대한 철저한 준비다. 역사적 명분이 아무리 강해도 법적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 반대로 법적 절차만 갖췄다고 해서 역사적 의미가 저절로 생겨나지도 않는다. 우리가 오늘 누리는 자유와 번영, 그리고 한미동맹은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끌며 나라를 지켜낸 지도자들과 선열들의 피와 땀이 쌓여 만들어진 결실이다. 따라서 동상 하나가 역사를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동상을 세우는 과정에는 우리가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가 담겨 있다. 애틀랜타의 이승만·맥아더 동상이 하루빨리 번듯한 기단 위에 서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한미동맹의 역사를 증언하는 상징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의 박정희 동상 역시 정치적 대립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를 성숙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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