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보> 이란 혁명수비대 실세 ‘알리 파다비’, 1990년대 북한서 비밀 잠수함 훈련받았다

| ▲알리 파다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고문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란 방송 캡처/한미일보 그래픽] |
| “1990년대 중반 북한에 파견된 IRGC 장교 70명 중 1명”… 잠수함 위탁훈련 받아 2008년 호르무즈 美 군함 위협 등 잇단 도발… 테헤란 사전 승인 없이 직접 지휘 런던 美대사관 워싱턴 등 긴급 전파… ‘기밀 외교전문’서 베일벗은 北-이란 동맹 실체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좌지우지하며 중동 정세를 흔들고 있는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핵심 실세이자 대외 강경파로 꼽히는 알리 파다비(Ali Fadavi) IRGC 총사령관 고문단장(Head of the Advisory Group)이 1990년대 중반 북한에 파견돼 비밀 잠수함 위탁훈련을 받은 사실이 미국 정부의 기밀해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핵 개발 분야 등에서 밀착해 왔다는 정황은 수차례 제기됐으나 현재 이란 군부를 이끄는 최고위 인사가 과거 북한 현지에서 잠수함 훈련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보와 인적 기록이 공식 외교 전문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美국무부 2008년 기밀 전문이 폭로한 파다비의 과거 행적 <한미일보>가 입수한 지난 9월30일(현지시간)자 미 국무부 기밀해제 문건(08LONDON132)에 따르면 런던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 2008년 1월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미 해군과 이란 고속정 간의 일시적 충돌 위기 상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파다비의 과거 이력과 행적이 기록된 정보를 같은 달 15일 본국인 워싱턴을 비롯해 서울·베이징·모스크바·앙카라·바그다드 등 전 세계 미국 재외공관에 제한적으로 긴급 전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주재 미 대사관에 전파된 이 정보가 당시 한국 정부와도 공유됐는지는 기밀해제 문건에 나와 있지 않다. 2008년 1월15일 당시는 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였다. 당시 런던 주재 미 대사관이 기밀로 지정한 뒤 띄운 ‘호르무즈 해협 사건: 이란 혁명수비대의 단독 행동 혐의(HORMUZ STRAITS INCIDENT: ALLEGEDLY AN IRGC INITIATIVE)’라는 제목의 외교전문에는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이자 혁명수비대 핵심 지휘관인 알리 파다비 당시 이란 해군 부사령관이 “1990년대 중반 잠수함 훈련을 위해 북한에 파견된 70명의 IRGC 장교 중 한 명(one of 70 IRGC officers sent to North Korea in the mid-1990s for submarine training)”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2008년 1월6일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호르무즈 해협 미 군함 위협 사건’에 관한 정보 분석 결과를 전파하면서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들이 미 해군 함정들에 접근해 모의 공격(simulated attack) 성격의 위협 기동을 펼쳤으며, 이 작전 전체가 테헤란 수뇌부나 이란 정규 해군의 사전 승인 없이 파다비의 단독 결정으로 기획되고 지휘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런던 대사관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군함들과의 함정 간 직접 교신(bridge-to-bridge) 과정에서 영어로 위협적인 경고 방송을 보낸 목소리의 주인공 역시 파다비 본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파다비가 미군이 실제로 발포할 경우에 대비해 직접 공격에 나선 소형 군함에 탑승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이를 통제하는 별도의 지휘함(command ship)에 머물렀기 때문에 자신은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작전은 테헤란의 지도부에 사전에 전혀 보고되지 않은 파다비 독단적 결정이었다고 정보를 분석했다.
2008년 호르무즈 해협 도발, 2016년 美해군 10명 억류… 직접 영어로 경고 방송까지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란 고위 군 간부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사실상의 자율성(de facto autonomy)’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향후 테헤란 수뇌부의 사전 승인 없이도 미군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위협과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고 기밀 문건은 명시했다. 기밀해제된 외교 문건에 따르면 파다비는 뛰어난 두뇌와 대담성, 강력한 반(反)서방 극단주의 성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으며 군 내부에서의 야망과 승진욕 역시 남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직속 상관이었던 IRGC 해군 사령관 아바스 사파리(Abbas Safari)에 대해 극심한 직업적 질투심(professional jealousy)을 품고 있었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IRGC 해군 사령관을 역임한 인물은 모르테자 사파리(Morteza Saffari)이며, 아바스 사파리(Abbas Safari)라는 해군 제독은 검색되지 않아 사파리(Saffari) 사령관의 표기 실수로 보인다. -편집자 주-] 실제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2026년 2월28일 피폭 사망)는 파다비보다 입대 기수가 4년이나 짧은 사파리를 해군 총사령관에 기용했다. 하메네이는 파다비의 돌발적이고 과격한 ‘개인적 극단주의(personal extremism)’ 성향을 위험 요소로 보고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사파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다비는 이 결정에 대해 상당한 좌절감과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기밀 문건은 기록하고 있다. 이어 하메네이는 파다비를 달래기 위해 ‘이란-시리아 합동 군사정보부’의 공동 지휘권자로 보임했다. 다마스쿠스의 아우토반 마제(Autobahn Mazeh)에 본부를 둔 이 조직은 이란과 시리아 간의 비밀 작전을 총괄했다. 파다비는 이 직책을 바탕으로 2006년 여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34일 전쟁’ 당시 레바논 현지에 상주하며 헤즈볼라의 비대칭 작전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결국 파다비는 북한에서의 잠수함 기동 훈련과 레바논에서의 헤즈볼라 지원, 2008년 호르무즈 해협 독자 도발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2010년 마침내 혁명수비대 해군사령관 자리를 꿰찼다. 2016년 1월에는 걸프만 일대에서 미 해군 수병 10명을 나포한 뒤 억류한 공로로 하메네이로부터 최고 훈장인 ‘파트(Fath) 메달’을 받는 등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로 자리매김했고 올해 2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개전한 미국과의 전쟁에서 지속적인 호르무즈 해협 도발을 통해 중동 정세를 흔드는 악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지난 8월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2차 제재에 나서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내 주도권을 주장하며 종전 협정을 거부하고 무력 시위로 맞섰고, 같은 달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의 이란전 관련 이견과 김정은과의 친분 등을 내세워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명령하며 대북 대화 재개를 시도했다. 이어 미 국무부는 21일 이번 문건의 기밀 해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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